시대의 고통과 개인적 아픔을 승화시켜 존재의 근원과 만나게 하는 기도의 힘
세상을 살아가며 가끔은 무릎을 꿇고 간절한 소망의 기도를 하고 싶은 것은 종교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일 것이다. 이 책은 시공을 초월해 감동을 전해주는 진실한 기도문들을 엄선하여 수록함으로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치유에 이르는 영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누구나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위한 기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문학과 종교의 접점을 탐색한 『라하트하헤렙』, 『야훼의 밤』 등의 작품을 통해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에서 독특한 지평을 열어온 작가 조성기는 작은 교회(www.sanul.or.kr)에서 성경 공부와 기도회를 통해 목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평생의 신앙 활동을 통해 접한 위대한 기도문들을 정리하고, 원문을 찾아 다시 해석하고, 기도에 얽힌 배경과 저자의 삶을 연구하여 원래의 문맥으로 복원시켜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인간을 호모 프레케스(Homo Preces : 기도하는 인간)라고 정의하며, 기도는 모든 종교의 공통된 뿌리이고, 인류의 근본적인 원형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논어』에는 공자가 병들었을 때 제자인 자로가 공자에게 기도를 드리라고 권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때 공자는 ‘구지도구(丘之禱丘)’라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공자 자신도 오랫동안 기도를 해왔고 지금도 기도를 드리고 있다는 말이다. 『삼국지』에도 제갈공명이 조조 군사를 깨뜨리기 위해 남동풍이 불도록 하늘에 빌 때 ‘앙천암축(仰天暗祝)’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즉 하늘을 우러러 소리없이 기도했다는 말이다. 엮은이는 「기도문집을 위한 서시」를 통해 특히 지금처럼 전세계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종교와 교파를 초월하여 간절한 소망을 담은 기도가 ‘갈 바를 모르는 영혼의 나침반’이 되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를 바랐다.
예수는 기도할 때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저희는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그러므로 저희를 본받지 말라.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마태복음 6:7, 8)
자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부모에게 자식이 구차하게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엮은이에 따르면 예수가 말한 기도를 하려면 우리는 말을 아끼는 ‘시인’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기도는 바로 진실함과 대화의 정신이 담긴 시가 된다고 한다. 엮은이는 이 책에서 성경 구절 인용이나 이론의 해석에서 벗어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기도시들만을 수록함으로써, 예수의 정신에 충실한 기도문집을 구성하고자 했다.
방대한 문헌 속에서 발굴,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복원한 소중한 기도문들
엮은이는 이번 작업을 통해 출처 불명의 유명 기도문들에서 본래의 의미를 찾고, 각종 문헌 속에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기도문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가령 맥아더 장군의 「어느 아버지의 기도」(39쪽)는 아주 유명하지만 원문에서 멀어진 여러 가지 형태로 인용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원문을 찾아 다시 번역함으로써 본래의 의미를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성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의 기도문들(28, 45, 65, 251, 266쪽)도 영어본을 토대로 원문에 최대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1948년 5월 31일 첫 제헌의회에서 의회를 개원하기 전에 임시의장 이승만의 요청으로 이윤영 의원이 드린 기도 「자손 만대에 빛나고 푸르른 역사를」(164쪽)은 국회 속기록에서 찾아냈는데, 대한민국 첫 제헌의회를 기도로 시작했다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48년 여순반란사건 때 두 아들을 잃고, 아들을 살해한 청년을 양자로 입양한 손양원 목사가 두 아들의 장례식에서 올린 기도 「아들의 순교 감사 감사합니다」(256쪽) 역시 귀중한 기도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각종 문학작품이나 전기, 자서전에서 귀중한 기도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시엔키에비치의 『쿠오 바디스』에서 베드로의 기도를(280쪽),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서는 일본에서 선교하다가 배교한 조세페 캘러 신부의 기도(156, 190쪽)를 발견했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에서도 저자의 기도(149, 170쪽)를 찾아내어 재구성했다.
이 시대 최고의 전도 부흥사로 알려진 빌리 그레이엄의 전기인 『빌리 그레이엄 스토리』(152쪽), 일본의 살아있는 기독정신 그 자체인 우치무라 간조의 자서전 『우찌무라 간조의 회심기』(23쪽), 세상 명예를 등지고 침묵의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명상 기도에 헌신한 토머스 머튼의 자서전 『칠층산』(75, 121, 130쪽), 빅토르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248쪽), 파리 노숙자들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의 자서전 『단순한 기쁨』(119쪽),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생활을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옥중서신』(135, 141쪽), 일제강점기 참교회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교신의 일기와 저작물을 집대성해놓은 『김교신 전집』(100, 143, 150, 293쪽) 등에서도 빛나는 기도문들을 발견했다. 한편, 『솔로몬의 찬미가』(213, 226, 236, 243, 254쪽), 『다윗의 추가 시편』(215쪽) 등 외경으로 취급받는 문헌들에서도 몇몇 감동적인 기도시들을 찾아 여러 번역본들을 참조하여 의미가 좀더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다듬어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