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대한민국은 정치권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목이 타고, 배를 곪고, 길에서 자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곤궁함이 정치에서 나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왕이 있는 줄 몰라야 치세라 했던가? 현 정부 시작부터 불안을 느낀 사람들은 D-Day를 세어 가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을 기다렸고, 현 정권에 투표한 이들은 선거 1년 만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으며, ‘법치’에 얻어터진 사람들은 악법과 무뢰에 촛불로 항거했다. 무진 다양한 이유로 대한민국은 지난 4년간 정치의 중요함과 파괴력을 ‘뼈저리게’ 학습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현실을 ‘난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기적이 일어나서 세상을 바꿔주었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염원을 받쳐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지지와 정책적 탄탄함을 모두 가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고 현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는 손석춘은 이 시대의 영웅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은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바보’를 제안한다.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여기던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처럼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끌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사람은 몇몇의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라 바로 ‘학습하는 당신’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희망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답답함을 풀고, 실제 정치와 경제를 바꾸려면 국민 대다수가 현실을 보는 눈이 깊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공중파 방송의 뉴스나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들에서만 정보를 얻지 말고, 여론이나 조작에 밀려 가려진 진실에 귀 기울여주기를 당부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엮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해 있는(바꿔 말하면 ‘주류’가 아닌)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에서 최근 2년간 게재한 글들을 모아 편집한 칼럼 모음집이다. 1부에서 3부까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소재로 정치, 경제, 언론 3각동맹의 실체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글들을 엮었고, 4부에서는 이러한 절망 속에 피어오르는 희망의 싹들을 증언했다. 구체적으로 1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해 여의도 한복판에서 목매 자살한 노동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권력에 의해 가려진 진실들을 밝히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맞는지, 제대로 된 법치국가인지를 묻는다. 2부에서는 대한민국 경제의 튼튼한 기둥이 되어야 할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으며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는 가슴 아픈 현실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채찍질해야 할 언론이 실제로는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어떻게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지, 그들이 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4부에서는 척박하고 괴로운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피어나고 있는 한 줄기 희망의 싹을 증언하고, 아래로부터 솟구칠 새로운 사회를 기대하며 끝을 맺는다.
우리는 모두 ‘학습하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 현실과 떨어질리 없지만, 마치 멀리 있는 듯이 보여서 외면하게 되는 많은 ‘진실’들이 당신의 발밑을 받치고 있음을, 그것을 외면할 때 나도 모르는 새 무너져 내려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우리’를 부탁한다. 당신의 마음에서 올라온 울분과 거리에서 토해내던 젊은 성토를 기억하기를 부탁한다. 내가 살만해서, 아니면 먹고 살기 바빠서, 어쨌든 내 일은 아니라서 외면하고 있는 당신에게,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신이 학습하고, 움직이고, 나서야 함을 거듭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위해, 2012년이 오기 전에 꼭 한번 들춰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