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침묵 속에 잠기거나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망각의 바다로 쓸려가서는 안 될 내 아버지의 위업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그가 황제로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제위에 오르기 전 다른 이들을 섬기면서 한 일들까지도.
-『알렉시아드』 서문에서
1118년 후대에 비잔티움(byzantium) 제국으로 알려진, 동로마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1세의 장녀 안나 콤니니는 동생 요안니스 2세의 명령으로 수도원에 유폐되었다. 아버지가 안나의 남편 대신 동생을 후계자로 선택했고, 안나가 이에 불만을 품고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제국에 충성을 바치기로 결심한 남편의 반대로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아버지가 평생 몰락하던 제국을 부흥시키기 위해 평생 몸 바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원에서 아버지의 일대기를 편찬하니, 이것이 바로 『알렉시아드』였다. 알렉시오스 1세는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가 된 후, 노르만족, 페체네그족, 튀르크인 등 사방을 둘러싼 적과 전쟁을 치르다가 서방 로마의 교황에게 용병을 요청하여, 중세 유럽 역사의 한 획을 그은 1차 십자군의 신호탄을 울렸다.
『알렉시아드』는 한 황제의 통치 시기를 무려 15권에 걸쳐 서술한 역사서로서, 저자가 살았던 동로마 제국을 넘어 중세 유럽의 전쟁, 무기, 전술 등을 풍부하고 세세하게 알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전과 성경 등을 풍부하게 인용하여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