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도대체 왜 배우는 걸까
공부하고 또 공부해도 좀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어려운 과목이라 한다면 단연 영어와 수학일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감내해야 하는 이 난코스의 시련은, 다양한 학습법과 교재, 대안에 이어 조기유학의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영어에 비해, 수학은 어찌 된 노릇인지 그저 묵묵히 현 체제와 교육법, 학습법을 고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도가 없다. 그저 더 열심히, 더 많이 문제를 풀고 익혀라”를 강변하면서.
《수학기술》은 이렇게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린 수학을 ‘학문의 중심이자 근본’이라는 제자리로 돌려놓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학문이 바로 수학’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교육 현장에서 당연시되는 ‘공식을 외워서 적용하는 공부’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죽이고 있다고 탄식한다. 수학의 본래 목적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서 해결하고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익히는 것인데,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공부법에 젖다 보니 사고력과 상상력, 논리 전개와 추리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돼버린 것이다.
흔히들 실생활에선 쓸모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수학은 사실상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학문이다. 실제로 과거의 위대한 수학자는 모두 철학자였다. 소행성 케레스의 발견 뒤에는 가우스의 추론이 있었으며, 아르키메데스가 순금 왕관에 불순물이 섞인 것을 증명한 것도 수학적 추론 과정을 통해서였다. 일상적으로 겪는 세금 문제 같은 것도 수학적 법칙을 도입해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사고할 줄 모르는 사람은 돈을 쓰는 방법도 서툴다. 경영자가 작업 효율을 계산하면서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를 따져보는 것도 수학적 사고와 연관이 깊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는 수학적 예측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풀면서 ‘이 방법으로 풀면 잘 풀릴까?’ 또는 ‘이런 답이 될 거야’ 하고 예측해보는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 풀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다양한 모색 훈련은 실생활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준다. 또한 수학은 상황 판단 능력을 길러준다. 저자가 본문 중에 예시한 손 씻을 소독액 만들기 문제(66쪽), 두께 0.2mm의 신문지를 100번 접었을 때의 두께 예측하기(59쪽) 같은 문제를 보면, 종이와 연필의 학문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며, 어떤 식으로 사고를 확장시켜주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에서 공부하는 많은 내용은 ‘세상의 구조를 보는 눈을 키우기’에 도움을 준다. 어떤 문제든 해결법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그 문제에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학문인 것이다.
수학 머리와 공부 머리는 다르다? ― 수학에 대한 편견들
“우리 애는 수학을 싫어하는데 어떻게 하면 흥미를 갖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학부모라면 으레 하는 질문이지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학을 싫어한다기보다 공부 자체를 싫어한다는 해석이 옳다. 그렇다면 왜 유독 수학을 싫어한다는 생각이 퍼졌을까? 수학은 평소에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든 과목인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산에 서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으며, 계산이 반드시 수학적 감각과 큰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수학은 반복학습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문제다. 기초부터 차근차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혹시 중간 과정에서 실패하면 이내 흥미를 잃고 손을 놓아버린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하다 보면 알겠지’ 하는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학에 친근해질 수 있는 방법ㆍ 수학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따라하기부터 해야 한다. 이는 꼭 기계적 계산만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어른들의 말을 반복해 흉내내고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문법을 익히는 것처럼, 수학 계산도 우선은 무작정 규칙을 익혀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편견은 수학에서의 ‘이해한다’는 의미는 ‘증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증명에만 매달려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수학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상황이 바뀌어도 정리를 자유롭게 구사하여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 수학을 이해한 사람이다. 증명이란 자신이 이해한 것을 남에게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문제의 핵심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에서 ‘문제의 핵심을 끄집어내는’ 부분이 ‘이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증명이다. 일생을 수학교육과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는 이렇게 우리 생각 중 어디가 잘못되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진단하고, 수학에 흥미를 잃은 많은 학생들에게 단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내 머리, 수학머리로 전환시키는 간단한 연습 8가지
1. 무작정 따라한다 - 배움의 시작은 따라하기에서부터
2. 시각화 - 눈으로 보면 생각이 쉽다, 그림으로 나타내 문제를 파악하라
3. 단순화 - 언뜻 보면 복잡한 문제도 실제로는 단순한 것에서 출발했다
4. 일반화 -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 중에서 공통점을 찾아내기
5. ‘예측’이 곧 분석 - 주어진 데이터를 관찰하고 분석해 규칙을 발견한다
6. 분해 - 복잡하게 얽힌 문제는 나누어 생각한다
7. ‘기호로 나타내기’에 친숙해지자 - 추상화를 하면 쉬워진다
8. 해법은 하나만 있지 않다 - 시점을 바꾸면 다양한 접근법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