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문학 세계 속에 숨어 있는 성경적 상징의 의미는 무엇인가?
현대 프랑스문학의 영역에서 앙드레 지드만큼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된 작가는 드물다. 그의 작품의 거대한 다양성이 전혀 상반된 해석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사상의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인본주의적 흐름을 대표하는 거의 ‘메시아적 해방자’로 추앙받는가 하면, 종교적이고 정치적이며 윤리적인 무정부주의를 살포하는 ‘악마의 화신’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지드의 세 소설, 『배덕자』 『좁은문』 『위폐범들』에 ‘숨겨져 있는 텍스트’, 겉으로 드러난 소설 자체보다 더 귀중하고 오래된 텍스트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그 텍스트는 다름 아닌 성경이다. 저자는 주제·이미지·공간의 세 측면에서 세 소설과 성경의 관계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성경 구절을 직접 인용하면서, 지드가 성경의 인물들, 주제, 이미지 등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은밀하게 패러디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정통 교리 입장에서 보면 때로는 희화화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때로는 정반대 방향으로 변형되어 소설 속에서 드러난다. 세 소설을 비교하면 초기 작품에서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이 현상은 심화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위폐범들』에서도 십자가의 죽음·부활·구원 등 성경의 핵심적 주제가 간적접으로 암시되어 있지만, 종교적 가치 측면에서는 앞의 두 소설에 비해 더욱 평가절하되고 탈신성화되어 있다. 이처럼 성경적 요소는 소설 속에서 그 본래적 기능이 축소된 채 지드의 새로운 인본주의적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미학적·모럴적 장치가 되었다. 지드의 소설 속에서 기독교적 성향을 띠는 인물 대부분의 삶이 부정적으로 끝나는 반면, 삶의 규율을 자신 속에서만 발견하려는 인물 대부분의 삶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드러난 앙드레 지드는 과연 누구인가? 그의 문학 세계가 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거부하고 단호하게 현세를 택했다 하여 그를 반기독교적이고 인본주의의 길을 걸은 작가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것인가. 그가 택한 인간적인 구원의 길이 지닌 깊은 의미를 다시 읽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