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바라고, 두려워하는 건 뭔가.
남들의 인정, 쥐도 새도 모르게 개죽음당하는 거.
그 외 다른 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쓴다.
물론 작가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작가는 세상이 허무하다는 걸 어느 정도 아는 것 같다.
염세주의자나 아나키스트가 없지 않고
세상이 덧없고 부질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책과 사색을 통해, 그걸 너무나 더 자주
생생히 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은 글로 자기 생각을 기록하고
그게―유명해지건 아니건 간에―후대에
남는다는 것에 대해.
물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과
자기 글이 한 독자에게라도 힘을 줄 가능성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역시 자기 기록이 남는다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는 것만 같다.
‘한 세계가 남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