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자 :조경란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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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번역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온 그 여자를 우연히 만나 여러 사람들과 술자리에 어울렸을 때에도 그를 휘감은 것은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예감 따위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 예감은 불길하기 그지없었다. 여자의 인상은 얼굴의 절반을 가리면서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눈두덩이에 보라색 아이섀도를 칠한 탓에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내 침울하게 앉아 있다가 갑자기 도발적인 말들을 내뱉곤 하는 그 여자의 태도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무례한 농담이 오갈 때면 피우고 있던 담배를 다른 사람의 술잔에 집어넣는 따위의 당혹스럽고 황당한 행동을 했다.



비좁은 부엌이 붙어 있는 여자의 자취방은 지하감방같이 느껴졌다. 그 방은 습기가 많고 어두운 반지하였으며 여자는 그 공간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여자에게 번역의 노동이란 광부들이 어두운 막장에서 탄을 캐는 일과도 같았다. 그 노동으로부터 어떤 성취와 희망을 구하고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도 다를 게 없었다. 비슷한 사람은 어디서나 서로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두통과 기억력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만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신호가 여러 번 울리도록 여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 번 꼼꼼히 숫자판을 눌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자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도리질을 쳤다. 여자는 무척이나 잠귀가 밝은 편이라고 들었다. 빗방울 소리 하나에도 잠을 깨는 여자였다. 여자가 그 소리에 잠을 깨면 그제서야 후득거리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고 했었다. 그런 여자가 전화벨 소리를 놓칠 리가 없다. 그 사이에 여자가 외출했을 거라는 추측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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