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삼 개월이 지나서야 남편은 아내의 손톱이 병신임을 발견하고 그 사연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아내는 손가락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일체 묵비권을 사용한다. 그들은 산을 등진 이층집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아래층엔 칠십 되는 할머니가 사십 고개를 바라보는 노처녀인 딸과 함께 살아간다. 아내는 자신의 병신손톱을 감추느라 즐기는 피아노도 만져보지 못하지만, 남편은 점차 아내의 손톱에 깊은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손가락이 병신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손톱이 병신이니 그 손톱이 박힌 손가락도 따라서 병신이 되는 것이 아닌가. 땀으로 범벅된 뜨거운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생각해보면 그에게 그렇게까지 얼굴을 붉히며 표독을 떨 것까지는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번 옆에서 코를 고는 그를 보면 정말 심각할 게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가슴의 아주 작은 부분은, 마치 뾰족한 불화살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고 화가 났다. 그는 옆에서 규칙적으로 코를 고는데 알 수 없는 눈물이 뺨을 적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