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종 6년에 태어나 서른 해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조선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의 주인공 황진이. 기생으로, 시인으로 살다 간 파란 많은 그 여인의 삶을 작가 전경린은 절제되고 간결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그 동안 여성의 삶에 대해 끊이없이 질문을 던져온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삶을 재단하는 비극적 운명의 굴레에 저항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서 황진이를 바라보았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황진이의 파격적인 인생은 기생이라는 신분을 갖고서도 함부로 몸을 굴리지 않는 반면, 짐승의 먹이로 소용되기를 희망한 그녀의 몸에 대한 인식이 서로 교차하면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교차점에서 황진이가 송도삼절로 불리게 된 정신적 절개가 나타난다. 작가는 황진이를 통해 근대 신여성의 시조를 보았고, 자기 주장과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자본과 문명에 잠식된 현대여성의 자화상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